회사 동호회든 어떤 모임이든 새로운 곳을 가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다. 바로 ‘나 빼고 다 친해 보이는 느낌’이다. 처음 그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서로 웃고 떠들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위축되고 소외감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 자기 자신을 향한 의심으로 이어진다. 내가 사회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내 인상이 별로였던 건 아닐까, 내가 뭔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뒤늦게라도 잘해보려고 마음먹지만, 이상하게 인간관계는 애써서 노력하면 할수록 더 어색해지고 더 잘 풀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느끼는 ‘나 빼고 다 친해 보인다’는 그 감정이 실제와는 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단지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그들 역시 실제로는 그렇게 깊고 끈끈한 관계가 아닐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관계의 본질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이 깨달음은 과거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당시 나는 비전공자로서 회사를 그만두고 그 세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무런 인맥도 없는 상태였다. 반면 뮤지컬 업계는 생각보다 좁은 구조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있었다. 몇 번만 오디션을 봐도 익숙한 얼굴들이 반복해서 보이는 환경이었다.
처음 큰 작품에 참여했을 때 느낀 감정은 강한 위축감이었다.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있었고,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고, 서로를 끌어안고, 웃으며 재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성명조차 필요 없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완전히 혼자 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품고 연습에 집중했다. 과거에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편이었고, 학교나 회사에서도 비교적 활발하게 지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연습 기간 동안 개인 연습과 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고, 회식 역시 잦지 않아 관계가 깊어질 계기가 부족했다. 시간이 흐르고 연습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오히려 더 큰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나는 혼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여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억지로 대화에 끼어보려 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저 형식적인 반응만 하게 되면서 점점 더 겉도는 느낌이 강해졌다.
결국 어느 날, 그 감정이 한계에 이르렀다. 갑자기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왔고, 스스로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며 큰 혼란에 빠졌다. 내가 정말로 사회성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털어놓았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었다. 이후에는 ‘관계에 대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작품에 집중하자’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작품이 끝난 후,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친해 보였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실제로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작품이 끝난 이후에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끊어지는 일이 흔했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오히려 그들의 근황을 더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서로 없으면 안 될 것처럼 보였던 관계였지만, 실상은 그 공간과 상황 속에서만 유지되는 일시적인 관계였던 셈이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분명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나만 겉돈다’는 감정은 실제 관계의 깊이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에 의해 만들어진 착각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들이 특별히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같은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문제 있는 사람처럼 여길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깨달음은 최근 동호회 경험에서도 다시 확인되었다. 오랜만에 나간 동호회에서 신입 회원들이 들어온 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분위기를 풀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성향이 조금 바뀌어 조용히 있는 편이 되었다. 그러던 중 기존 멤버 한 명이 옆에 서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대화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취향이 맞는 부분이 있어 점점 대화가 길어졌다. 그날은 결국 그 사람과 모임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고, 주변에서 보기에는 꽤 친한 사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중간중간 신입 회원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지만, 오히려 그 대화들은 길게 이어지지 않고 금방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모임이 끝난 이후였다. 집에 돌아오고 나니, 그날 그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던 그 사람의 이름조차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연락처도 없고, 이후에 따로 만날 계획도 없는,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관계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친해 보이는 관계라도 실제로는 아무런 지속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은, 우리가 타인의 관계를 바라볼 때 느끼는 ‘친해 보인다’는 인상이 실제 관계의 깊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착각 때문에 스스로를 비교하며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인상 깊었던 개념이 바로 ‘프렌드’와 ‘클래스메이트’의 구분이다. 친구는 깊은 관계를 맺는 존재이지만, 클래스메이트는 단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 관계의 핵심은 서로 기본적인 협력만 잘하면 된다는 점이다. 굳이 깊이 친해질 필요는 없으며, 친해지지 못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 개념은 특히 사회생활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적용된다. 직장 동료나 동호회 사람들과의 관계는 일을 원활하게 하고 활동을 함께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면 충분하다. 반드시 깊은 관계로 발전해야 할 필요는 없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운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결국 ‘나 빼고 다 친해 보인다’는 감정은 실제보다 과장된 인식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관계는 특정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안에서 보이는 친밀함 역시 그 맥락 안에서만 유효한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된 이후로는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예전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그 분위기에 압도되거나 스스로를 의심하기보다는, ‘이런 관계도 충분히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고,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훨씬 편안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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