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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바둑을 주제로 한 작품 소개

작성자: choochoo carain 등록일: 2026-04-17 16:53 | 조회수: 14
안개 낀 강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는 배 한 척. 그 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고려의 한 가사로 전해진다. 이름하여, ‘예성강곡’. 당나라 상인 우두머리, 하두강. 그는 바둑의 고수였다. 예성강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한 여인을 만난다. 아름다운 고려의 부인. 그리고 그녀의 남편 역시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하두강은 계략을 세운다. 일부러 몇 판을 져주며 상대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내기의 판돈을 점점 키워간다. 마침내, 남편은 아내를 내기에 건다. 단 한 판. 결과는, 하두강의 승리였다. 그는 여인을 배에 태운 채 강을 떠난다. 남편은 절망 속에서 노래를 짓는다. 그것이 ‘예성강곡’의 전편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가 바다에 이르렀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를 맴돈다. 점을 치자 한마디가 내려온다. “절부가 있다. 돌려보내지 않으면 배가 부서질 것이다.” 두려움에 휩싸인 사공들. 결국 하두강은 여인을 돌려보낸다. 그 순간, 여인은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예성강곡’의 후편이다. 이 전설은 말해준다. 바둑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던 시대를. 그 한 수가, 인생을 바꾸던 시절을. 한때 바둑은, 내기였다. 시간은 흘러, 근현대.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1970년대, 일본. 에자키 마사노리의 소설 방랑기객. 주인공은 프로를 꿈꾸던 청년. 하지만 내기바둑꾼의 농간에 휘말려, 그의 인생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파문, 그리고 방황.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간 청춘. 그는 결국 다시 내기꾼과 마주해 승리하지만, 이미 자신의 삶 또한 그 세계에 잠식된 뒤였다. 이 이야기는 허구이면서도, 현실이었다. 한국의 1960~70년대. 가난과 혼란의 시기 속에서 내기바둑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기 제의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프로기사들도 존재했다. 같은 시기, 또 하나의 작품이 등장한다. 만화가 강철수의 바둑스토리. 바둑스토리 작품에 나오는 기보 다음 흑A는 백B, 흑C, 백D까지 흑이 나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여인이 있다. 유수현. 아버지와 남편을 내기바둑으로 잃은 그녀는 스스로 내기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생존과 복수의 기록이다. 등장하는 기보들 또한 허구가 아니다. 전설적인 기사 우칭위안의 실전에서 따온 수들이 이야기에 생생함을 더한다. 그리고 더 오래된 이야기. 구한말의 국수, 노사초. 그는 무려 스물일곱 번이나 집문서를 잡혔다. 그 시대, 바둑은 곧 내기였다. 내기가 아니면, 바둑도 없었다. 일본 또한 다르지 않았다. 전설적인 내기바둑꾼, 시미야 요네조. 그는 전국을 떠돌며 하수들을 상대로 승부를 벌였다. 전성기에는 무려 3000냥을 벌어들였다. 쌀 3300석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명인 이노우에 조와에게 두 점을 깔고 싸워야 했던 수준이었다. 결국 내기판에서도, 진짜 강자는 따로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한다. 내기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치밀한 계산과 긴 시간이 숨어 있다. 몇 년에 걸쳐 관계를 쌓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지기도 한다. 작은 이익을 양보하며, 더 큰 한 방을 노린다. 그것은 게임이 아니라, 설계된 함정이다. 한 내기바둑꾼은 후배들에게 말한다. “내기바둑은 두지 마라. 바둑을 망친다.” 왜일까. 내기에서는 큰 그림이 사라진다. 눈앞의 한 수, 한 집에 집착하게 된다. 안목은 좁아지고, 기백은 사라진다. 승부의 본질과는 점점 멀어진다. 내기바둑은 모순이다.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 하면 기백을 잃고, 기백으로 밀어붙이면 조건에서 밀린다. 둘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내기의 세계는 왜 사라졌을까. 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 다른 하나는 수준의 평준화. 일본에서는 1924년 일본기원이 설립되었고, 한국에서는 한국기원이 체계를 정비했다. 단급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게 된다. 무모한 도전은 줄어들고, 바둑은 직업이자 기예로 자리 잡는다. 또 하나의 변화. 정보의 확산. 수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저서 풀하우스에서 실력 격차가 줄어들면 극단적인 기록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실력 차가 컸기에 속임수가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터넷과 데이터, 그리고 수많은 연구. 속이고 도망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결론은 명확해진다. 진짜 강자는, 정통으로 배운 기사다. 마지막으로, 한 장면. 늦은 밤, 기원 한켠. 노기사 이석홍이 앉아 있다. 이미 대마는 죽었고, 승부는 끝난 듯 보인다. 그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흑돌 하나를 슬며시 내려놓는다. 상대는 모른 척한다. 객기였을까, 방심이었을까. 다시 백의 차례. 노기사는 주변을 둘러보며 묻는다. “내가 어디에 뒀더라…” 구경꾼이 답한다. “거기 흑돌을 놓으셨습니다.” 그 순간, 노기사는 호통을 친다. “늙은이가 착각했으면 알려줘야지!” 흑돌은 백돌로 바뀌고, 쌍립은 끊어진다. 그리고, 승패는 뒤집힌다. 이 장면은 묻는다. 바둑은 어디까지가 수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인가. 내기의 세계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욕망과 지혜, 그리고 선택이 함께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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